Review/Book

<착한 소비는 없다>, 최원형, 자연과 생태

튠아 2021. 6. 29. 04:33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빠르고 손쉽게 행복이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소비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집에 날아든 택배 박스를 보면 설렘을 느끼고, 박스를 뜯어 그 속에 있는 물건을 보며 희열을 느낀다. 어쩌면, 물건 그 자체보다 내 손에 다가오는 그 과정 자체를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 역시도 흥미분야가 '전자기기'라는 간단한 핑계를 가지고, 많은 물건들을 산다. 특히 전자기기는 필요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한번 써보고 싶어서' 물건을 구입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멀쩡한 휴대폰을 바꾸기도 하고, 사용하지도 않을 전자기기를 집에 들여놓아 뿌듯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몇번 사용하지 않고 서랍에서 잠들고 있는 전자기기는 또 얼마나 많은지. 친동생의 친구는 우리집에 오고선 "살까 말까 고민해봤던 물건들은 다 여기있네!"라는 명언을 남기고 갔다.

 우리는 과소비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경제성장이라는 목표에 파묻혀, 사회는 암묵적으로 소비를 부추긴다. 어떤 제품이 외관상 아름다우며,  얼마나 좋은 기능을 하는지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이 물건을 이 가격에 구매한다면, 우리는 이 영악한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스마트 컨슈머'가 된다고 이야기한다. 과소비하는 사람에게는 '맥시멀리스트'라는 다소 위로가 될만한 단어도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전자기기 업체들의 화려한 광고들은 콜탄을 캐기 위해 강제노동에 동원되는 콩고 민주 공화국 사람들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의류 업체들은 실제 제조하는 옷의 50%도 소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이 제품이 얼마나 많은 탄소 발자국을 발생하며,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생산되는도 역시 알려주지 않는다. 

 이 책은 어찌보면 간단하다. 지구 공동체를 위해서 우리 소비의 방식을 조금 바꿔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굉장한 당연한 말들의 연속이지만(육식을 줄이자, 물건을 덜 사자, 재활용하자 등) 우리는 어쩌다 이런 당연한 말들을 지키지 못하는 삶이 되어버렸을까. 머리로는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실천을 하지 못하던 나에게 잠시나마 반성의 시간을 갖게했다.

파워 비츠 프로 이미지

 나는 한동안 파워비츠프로 라는 제품에 꽂혀있었다. 에어팟 프로를 사용하면서 가장 불편했던 점이 러닝을 할 때 귀에서 조금씩 흘러 내려오는 것이었는데, 귀에 걸 수 있는 파워비츠 프로는 너무 매력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내가 러닝을 꾸준히 못하는 이유는 에어팟 프로 때문이고, 저 파워비츠 프로만 사면 이제 매일매일 러닝을 하게 될텐데... "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다. 그리고, 오늘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파워비츠 프로가 10만원 이하로 온라인에 풀렸다는 소식을 보았다. 무의식적으로 장바구니에 담고, 한강을 뛰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근데 아직 사지 못 했다. 과연 이 소비는 나에게 필요한 소비인가. 사실 뛸 때 귀에서 흘러내리지 않는 무선 이어폰도 있다. LG 톤프리 이어폰을 몇달 전에 사서 종종 사용했기 때문이다. 사면 안된다. 나의 이성은 이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지금도 나는 장바구니를 들락거리면서 결제를 할지 말지 고민한다. 여전히 어리석다.